해 질 녘
바다로 떨어지는
노을을 잡고 있는 가을은
한여름의 부산함을
흘러가는 세월 따라 떠나보내고
물과 바람과 부산한 흔적만 남아
아직 떠날 수 없는 바람소리는
바닷물을 어루만지며 파도 속으로
숨어들어 검은 절벽을 때린다
오는 걸음 막지 않고
가는 발자국 잡지 않으마
다시 올 시간의 마디가 있듯이
비우고 비워내야
언젠가 빈 공간 크기만큼
다시 꽉꽉 채워질 수 있을 테니까
인적 없어도
흔적들이 반겨주는 바다는
이름만 불러주어도 꽃이 핀다
오직
기억, 기억은
하나밖에 남아 있지 못해서
제주 애월 한담로 해안에서..20221014 ㉦ㅣ인